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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11월 『현대문학』에 발표되었다. 교하댁의 집에 대한 남다른 욕망, 그리고 가를 잇고자 하는 맹목적 집념을 식민지 시기 파주 교하부터 해방기와 한국전쟁기의 청량리 밖 변두리, 1980년대 서울의 아파트에 이르는 한국의 현대사의 흐름을 관통하는 시공간을 무대로 서사화하였다. 파주 교하 일대에 대한 서술은 『목마른 계절』과, 식민지 시기 시골에서 경성으로 상경하는 일화는 「엄마의 말뚝 1」과, 전통 한옥 대신 하꼬방에서 집장사를 하는 일화는 『그 남자네 집』과 닮아있다. 박완서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야깃거리들이 집약된 소설이다.
1975년 『한국문학』 2월호에 발표한 단편소설이다. 한국전쟁 시에 고아가 된 조카 '훈이'를 키운 이야기를 통해 한국전쟁과 산업화의 어둠을 조명하고 있다. '나'는 한국전쟁 때 오빠와 올케가 죽으면 고아가 된 '훈이'를 친아들처럼 키워왔으나, 주변 환경 등으로 인하여 훈이는 어쩔 수 없는 외로움을 느낀다. 인문계 문과에 진학했던 오빠를 생각하며 '나'와 '나'의 어머니는 고등학교 때 문과에 진학한 훈이를 대학에서는 이공계로 진학하도록 인도하였으나, 훈이는 이공계 진로에 안착하지 못했다. 연줄로 영동고속도로 공사 측량기사 밑에서 일하게 된 훈이를 보며, '나'는 카메라로 상징되는 중산층의 안락한 삶을 누리기를 기원한다. 한동안 연락이 되지 않아 공사장을 직접 찾은 '나'는 훈이의 수척한 모습에 서울로 돌아가자고 이야기하지만, 훈이는 어머니와 '나'가 말한 근면과 성실이 어떤 결과를 맺는지 스스로의 몸으로 확인하고 싶다며 이를 거부한다. '나'는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훈이를 다시 키운다 해도 어떻게 키울지 모르겠다고 고백한다.
1977년 『문예중앙』 월호에 발표한 소설로, 여성 서술자 '나'가 어느 친구로부터 들은 실제로 있었던 '노파들 이야기'를 풀어내는 구조로 이뤄진다. 노파들 이야기란 6·25 한국전쟁기를 배경으로한 두 개의 이야기이다. '나'는 두 이야기 속의 주인공들은 노파라든지 할머니라는 중성적인 호칭이 아닌 '여자'라고 부르기를 선언한다. 두 여자 주인공은 서로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지만 비슷한 시기 같은 땅 태어나 서로 다르고도 비슷한 방식, '여자임을 못 면한 방식'으로 한국전쟁기를 살아냈기 때문이다.
1990년 문학사상사에서 전 3권으로 출간된 박완서의 장편소설이다. 출간 전 1985년 3월호부터 1988년 9월호까지, 7개월의 연재 중단 후 1989년 5월호부터 1990년 5월호까지 월간 『문학사상』에 연재되었다. 2004년 세계사에서는 『꿈엔들 잊힐리야』(2004)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기도 하였다. 조선 말 개항부터 일제강점기, 해방과 6.25 전쟁까지 한 세기에 가까운 역사적 시간을 배경으로, 개성 지방의 한 거상 일가의 5대에 걸친 이야기가 전개된다. 박완서 자신의 실제 고향을 무대로 삼아 사실적인 풍속 묘사가 두드러진다. 1990년 대한민국문학상과 1991년 이산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며, 1996년 MBC에서 소원영 원출, 최불암, 채시라, 김상중 주연으로 동명의 드라마가 제작됐다.
1992년 웅진출판에서 출간한 장편소설로, 박완서 자전소설 3부작 중 첫 번째 작품이다. ‘나’라는 여성 인물을 주인공으로 세워 일제 강점기인 1930년대 개풍군 박적골에서 보낸 작가의 어린 시절부터 1940년대 서울에서 보낸 학창 시절, 1950년 한국전쟁으로 인해 황폐화된 서울 현저동에 남아 가짜 피난살이를 하게 된 스무 살까지의 이야기를 복원한 소설이다. ‘싱아’는 어린 시절 ‘나’가 고향의 뒷동산에서 줄기를 끊어 먹고는 하던 식물이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스무 살이 된 ‘나’가 엄마, 올케, 오빠, 조카들로 이루어진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텅 빈 서울에서 겪게 될 일련의 사태를 글로써 증언해야 한다는 책무를 느끼는 것으로 맺어진다.
1995년 웅진출판에서 출간한 장편소설로, 박완서 자전소설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이자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의 속편이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가 화자의 어린 시절인 1930년대부터 스무 살이 된 1950년까지를 시간적 배경으로 삼고 있음과 대조적으로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는 ‘적치赤治 3개월’이 시작된 1950년 6월부터 1953년까지를 시간적 배경으로 삼아 한층 밀도 있는 구성으로 전개된다. 이 소설의 화자인 ‘나’는 현저동에서의 가짜 피난살이 시절에는 올케와 함께 빈집털이로 가족의 생계를 부양하고, 오빠가 죽은 후에는 미8군 PX 파자마부에 취직하여 실질적인 가장이 된다.
2004년 현대문학에서 출간된 박완서의 장편소설이다. 우연히 후배의 집에 방문한 주인공이, 50년 전 서울 돈암동 안감천변에 함께 살았던 그 남자 '현보'를 떠올리며 전개된다. 전쟁 중 상이군인이 된 '현보'와 미군 부대에서 일하며 생계를 책임져야했던 주인공의 사랑은 결국 현실적인 선택으로 이어진다. 2002년 『문학과사회』 여름호에 발표한 동명의 단편소설 「그 남자네 집」에 기초하고 있으며, 작가의 첫사랑에 관한 기억이 담긴 자전적 소설이다. 2023년 부산 공간소극장에서 동명의 연극으로 올려진 바 있다.
1971년 7월부터 1972년 11월까지 『여성동아』 지면에 「한발기(旱魃期)」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소설로, 1978년 수문서관에서 단행본으로 출간할 때 이름이 바뀌었다. 단행본에서는 연재본의 ‘4월’ 장이 부분적으로 수정되었고 ‘5월’ 장이 새로 추가되었다. 『목마른 계절』은 ‘적치(赤治) 3개월’이 시작된 1950년 6월부터 다음 해 5월까지를 시간적 배경으로 삼아 1·4후퇴 후 텅 빈 서울에서 가짜 피난살이를 하는 한 가족의 혼란스러운 삶을 대학생 ‘진이’의 시각에서 깊이 있게 그려낸 소설이다. 박완서 소설 중 가짜 피난지에서 가족이 먹을 식량을 구하기 위해 빈집털이를 하는 딸과 올케가 등장하는 가장 이른 시기의 소설이다.
1975년 12월부터 1979년 7월까지 『문학사상』 지면에 연재한 소설이다. 『도시의 흉년』의 주인공인 20대 여성 대학생 '수연'은 어린 시절부터 쌍둥이 오빠 '수빈'과 달리 억압받으며 자란 인물이다. 그를 억압한 것은 '쌍둥이는 나중에 반드시 상피 붙는다(둘이서 결혼하게 된다)'는 할머니의 확고한 믿음으로부터 비롯한 성차별적 관습이다. 이 소설을 통해 박완서는 어른 세대가 비틀어진 신념이 젊은 세대에게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비판한다. 더 나아가 젊은이들이 그 잔혹한 세상을 극복해나가는 모습을 제시한다. 『도시의 흉년』은 1979년 문학사상사에서 상·하권으로 구성된 단행본으로 처음 출간하였다. 1985년 같은 출판사에서 새로운 단행본을 출간할 때에는 상권에 '또 하나의 별을 노래하자'라는 부제를, 하권에 '구름이 흘러간 자리'라는 부제를 달아 출간하였다. 1993년 세계사에서 박완서 소설전집을 묶어낼 때 부제 없이 원제만 달아 제2·3권으로 출간한 바 있으며 2003년 같은 출판사에서 새로 묶어낸 박완서 소설전집(전 17권)에서도 동일하게 제2·3권으로 출간하였다. 한편 2012년 같은 출판사에서 펴낸 박완서 소설전집 결정판(전 22권)에서는 제3·4·5권으로 출간하였다. 이와 더불어 1988년 11월 28일 부터 12월 20일까지 MBC 월화 미니시리즈 8부작 TV 드라마로 방영한 바 있다. 이 드라마에서 1980년대 강남의 억척스러운 졸부 어머니의 표상 '김복실' 역을 정혜선이 연기하였으며, 경제적으로 무능한 아버지 '지대풍' 역을 최불암이 연기하였다.
1980년 『문학사상』 9월호에 발표한 「엄마의 말뚝 1」, 1981년 『문학사상』 8월호에 발표한 「엄마의 말뚝 2」,1991년 『작가세계』에 발표한 「엄마의 말뚝 3」으로 이어지는 연작소설이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엄마의 말뚝 1」은 아들뿐 아니라 딸 역시 학교 교육을 받아 신여성으로 자라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엄마 '기숙'과, 그런 어머니를 따라 개풍군 박적골을 떠나 서울 현저동에 정착하게 되는 여덟 살 딸의 이야기이다. 박완서의 고향이기도 한 개풍군 박적골에서 서울 현저동까지의 이동 경로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1992년 발표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가 바로 「엄마의 말뚝 1」을 장편화한 소설이다. 어머니가 무릎 수술을 받는 현재 시점과, 한국전쟁기에 대한 회상이 교차되는 「엄마의 말뚝 2」는 마당에 쌓인 눈을 치우는 장손을 도우려다가 낙상하여 무릎 골절을 입고 수술을 받게 되는 어머니와, 그를 간병하는 딸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소설이다. 특히 수술 후 마취에서 깨어나는 과정에서 어머니가 인민군 군관의 환영(幻影)에 시달리며 공포에 떠는 장면은 한국 전쟁기에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사무치는 원한을 여실히 보여준다. 1981년 제5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어머니의 투병 및 별세의 과정을 다룬 현재 시점의 「엄마의 말뚝 3」은 수술 후유증으로 인한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장례 절차를 두고 장조카와 갈등을 겪는 딸의 내면 심리가 두드러지는 소설이다. 이처럼 『엄마의 말뚝』 연작은 일제강점기부터 한국 전쟁기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어머니와 딸이 경험하는 개인적·역사적 사건을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