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화
[B] 사학년 때부터 원족이 수학여행으로 바뀌는 건 모든 국민학교의 정해진 관례였다. 사학년 땐 인천, 오학년 땐 수원, 육학년 땐 개성으로, 목적지까지 일률적으로 정해져 있었다. 여행이라지만 자고 오는 건 아니고 단지 기차를 타고 갔다 온다는 걸로 그렇게 불렀다. 나는 우리 고향으로 수학여행을 가는 게 싫고 은근히 근심이 되었다. 개성에 대해 다 알아서 시들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실상 개성은 귀향할 때마다 거치는 고장일 뿐 변변히 구경한 적은 없었다. 내가 걱정이 되는 건 엄마가 미리 편지를 해 놨기 때문에 할머니나 숙모가 마중을 나오면 어쩌나 하는 거였다. — [박완서]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웅진지식하우스,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