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화
[A] “어머니는 어린 딸이 급격한 환경의 변화에 미처 적응할 새 없이 더 지독한 교육열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즉 이왕 서울에 온 김에 그 빈촌의 학군인 변두리 소학교에 갈 게 아니라 시내 중심지의 학교에 보낼 욕심을 부리셨다. 나의 기류계는 사직동 친척 집으로 옮겨졌고, 당시만 해도 소학교도 시험 치고 들어갈 때라 나는 시험 준비로 가짜 주소를 달달 외지 않으면 안 되었다.” — [박완서]나와 어머니 #초등학교 #입학시험 [A] “국민학교에 들어갈 준비로 한글 말고도 일본 가나도 배웠다. 어머니는 가나를 어디서 익혔는지 그걸 가르쳐주실 때는 한결 더 으스대시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가나를 읽고 쓰는 건 단박 배웠지만 한글을 익히는 데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 [박완서]성차별을 주제로 한 자서전 #초등학교 #입학시험 [A] “시험 치기 바로 전날 나는 처음으로 이발소라는 데를 갔다. 서울 올 때 머리꼬리는 자르고 단발머리 흉내를 내고 있었지만 어머니가 눈썰미와 솜씨만 믿고 손수해주신 비슷하지만 어색한 단발머리였다. [……] 나는 의자에 높이 앉아 거울 속에서 내가 면도하는 걸 지켜보았다. 참으로 신기했다. 삐뚤삐뚤하던 앞머리가 단 한 번의 가위질로 눈썹 위에 일직선으로 그어졌다. 좌우가 다르던 옆머리도 귓불을 내놓을 만한 높이에서 정확하게 대칭의 사선을 그으며 뒤로 넘어갔다. 부글부글한 비누 거품이 뒤통수와 이마를 뒤덮고 새각새각 상쾌하게 면도날이 지나갔다. 마지막으로 면도한 뒤통수와 이마에 분가루가 뿌려졌다. 거울 속의 나는 영락없는 도시 아이가 돼 있었다. 나는 거울 속의 내 모습에 황홀했다.“ — [박완서]시험 준비 #초등학교 #입학시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