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화
2006년 한국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제16회 호암상을 수상했다. 시상식은 2006년 6월 1일 서울 중구 호암아트홀에서 이루어졌다. ○ 수상소감 저에게 이런 큰 상이 주어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저에게 떠오르는 공간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개축을 하고 있는 신세계백화점 자리입니다. 제 작품 나목의 배경이 되었던 미군 PX 자리가 바로 거기였고 저의 남편이 1966년 까지 조명상점을 하던 곳도 바로 동화백화점이었습니다. 그 당시는 삼성이라는 회사가 지금처럼 크지는 않았지만 이병철 회장은 부의 상징이었습니다. 저의 남편은 대기업에 밀려 청계천으로 가게를 옮길 수 밖에 없었죠. 그동안 우리 나라는 급속한 수직이동을 하면서 성장해왔고 바로 이병철 회장님과 삼성기업이 그 성장의 주역이었습니다. 저는 나목을 발표한 이래 36년간 끊임없이 글을 써왔습니다. 그 동안 제 작품들은 문단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아 많은 문학상도 받았습니다. 제가 오늘 우리나라의 최고 부자 호암 이병철 회장님이 주는 상을 받는 감회는 남다릅니다. 큰 상금을 타는 것이 이 나이에도 설레는 일이라는 것을 숨기고 싶지는 않습니다. 제 작품의 발원지였고 제 남편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장소에서 저에게 주는 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삼성의 번영과 부는 기적과 같습니다. 저는 역사와 번영의 물결 속에서 소외되어가는 개인의 존엄성을 찾는 것이 작가의 의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저에게 이 상이 주어진 뜻도 바로 그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는 정말 좋은 것이지만 전부가 아니라는 뜻으로 이 상을 저에게 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